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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당에 휘날린 수천개의 '무지개'...대구퀴어축제 "모두의 사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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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대구퀴어축제 반월당 네거리
1,500여명 무지개 깃발 들고 행진
44개 부스→프리허그, 축복기도 등
"성적 지향 상관 없이 그저 사랑해"
동성혼 합법·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대기총 근처에서 '퀴어반대 콘서트'
지난해 같은 큰 마찰·충돌은 없어   

성(性)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한 단 하루 축제 '대구퀴어문화축제'가 16년째 무사히 대구에서 열렸다. 

◆ 수천개 무지개 깃발이 반월당에 휘날렸다. 남성과 남성, 여성과 여성 커플이 손잡고 도로를 행진했다. 

무지개인권연대와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45개 단체·정당이 모인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공동집행위원장 배진교, 민뎅)'는 28일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 일대 달구벌대로에서 '꺾이지 않는 퍼레이드'를 슬로건으로 '제16회 대구퀴어축제'를 열었다.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꺾이지 않는 퍼레이드' 현수막을 펼치고 반월당 네거리 달구벌대로에서 행진하는 성소수자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꺾이지 않는 퍼레이드' 현수막을 펼치고 반월당 네거리 달구벌대로에서 행진하는 성소수자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무지개 깃발을 들고 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을 촉구하며 행진하는 대구퀴어축제 참가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무지개 깃발을 들고 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을 촉구하며 행진하는 대구퀴어축제 참가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주최 측 추산 1,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축제는 오후 12시 30분부터 열려 오후 7시까지 진행된다.  

대구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 12번 출구 IM뱅크에서 10번 출구 신한은행까지 200m 달구벌대로 3개 차로에서 축제를 진행했다. 오전 10시부터 무대를 설치하고, 오후 12시 30분부터 부스를 운영했다. 

설치된 부스는 모두 44개다. 변희수재단준비위원회, 청소년인권모인 내다, 대구청소년인권단체 얼라들, 퀴어문화협동조합 홍예당, 모두의 결혼,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 등 성소수자 단체들이 참여했다. 

이날 제16회 대구퀴어축제 현장에는 모두 44개의 다양한 부스들이 설치됐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결혼할 수 있을까요?" 성소수자들에게 물어본 '고민' 부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결혼할 수 있을까요?" 성소수자들에게 물어본 '고민' 부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한국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가톨릭앨라이아르쿠스, 원불교인권위원회 등 '종교단체'들를 비롯해 대구여성인권센터 등 여성단체들도 부스를 운영했다. 

국가 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를 포함해 진보당, 정의당, 녹색당 대구시당 등 3개 정당과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전교조대구지부 등 노동단체들도 부스를 설치해 성소수자들의 축제를 지원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부스에서 다른 성소수자들에게 프리허그를 했다.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 활동명 국화향기(52)씨는 "아이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나와 다른 것뿐이지 나머지는 같다"며 "처음 딸이 내게 '동성애자'라고 말했을 때 멘붕이 왔다. 같이 살아왔을 때 내가 몰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내 아이 미래를 지지해주고 응원하며 일상적인 생활을 평범하게 하고 있다"면서 "성적 지향 상관 없이 그저 사랑한다. 모두의 사람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프리허그 "저희가 안아드립니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성소수자 자녀를 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프리허그 "저희가 안아드립니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들에게 축복이 있기를...아멘"...성소수자들에게 무지개 축복식을 하는 목회자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들에게 축복이 있기를...아멘"...성소수자들에게 무지개 축복식을 하는 목회자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목회자들은 무지개색 스톨(사제들이 두르는 스카프), 면사포를 활용해 성소수자 축복 기도를 했다.

김종훈(50)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목사는 "축제에 참가한 모든 존재를 위해 무지개 축복식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문서 하나를 해석할 때마다 다양한 입장이 있는 것처럼 성경에 나오는 동성애와 관련한 문구도 현재 시대에 맞는 해석이 필요하다"고 옹호했다. 

한국성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성소수자로서 나이들 때 어떤 고민이 생기는가' 설문조사를 했다. "같이 놀 친구들이 늙어서도 남아있을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을까"라는 답변이 적혀있었다. 

한국성소수자문화인권센터 캔디(활동명.43세) 사무국장은 "성소수자로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람들이 상상을 못하고 있다"며 "퀴어들의 노년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나이가 들면 요양원에 많이 가는데, 의료진이나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들도 성소수자에 대한 공감대를 갖추고 이들을 대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들도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대구퀴어축제에 참가해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지지했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외국인들도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대구퀴어축제에 참가해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지지했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퀴어축제는 서울퀴어축제를 제외하면 국내 최장수 퀴어축제다. 

그 탓에 서울, 부산, 인천, 대전, 경북, 춘천 등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이날 대구 축제를 찾았다. 무지개 망토를 두르고,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부스에서 마련한 체험을 즐기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레즈비언 연인을 둔 남모(23.여성)씨는 "올해 처음 축제에 왔는데 시민 참여형 부스들이 많아 재밌었다. 이번 축제를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에 다 가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곱색깔 무지개 깃발을 온몸에 두르고 퀴어축제 부스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일곱색깔 무지개 깃발을 온몸에 두르고 퀴어축제 부스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퀴어축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무지개 깃발과 부채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퀴어축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무지개 깃발과 부채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 영천시에서 온 박모(21)씨 "부스를 운영하는 단체에서 다들 따뜻하게 맞아주고 생각보다 밝은 분위기라서 다음에도 또 올 것 같다"며 "성소수자들에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 정체성만 다른 평범한 사람이다. 사회적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구퀴어축제의 핵심 요구는 ▲혼인과 가족 구성에 있어서 누구도 차별 받지 않는 '동성혼 합법화'와 ▲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등이다. 

배진교 대구퀴어축제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년 동안 대구퀴어축제를 둘러싸고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며 "너무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축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대구시와 경찰 등 공권력이 축제를 방해하고, 언론도 '축제 때문에 교통이 마비된다'는 말을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어떤 탄압을 받아도 꺾이지 않겠다. 차별과 혐오, 배제를 이겨내고 당당히 축제를 열겠다. 여러분들도 우리의 자긍심을 내보일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오후 5시부터 동성로 일대에서 대구퀴어축제의 백미인 '자긍심의 퍼레이드'를 펼쳤다. 1시간 가량 행진을 하고, 마지막 축하 공연을 즐긴뒤 모든 축제 일정을 마무리한다.   

배진교 대구퀴어축제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이 무대에서 발언 중이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배진교 대구퀴어축제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이 무대에서 발언 중이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제16회 대구퀴어축제가 열린 대구 중구 반월당 네거리에 1,500여명(주최 측 추산) 시민이 참여했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주민 기자
제16회 대구퀴어축제가 열린 대구 중구 반월당 네거리에 1,500여명(주최 측 추산) 시민이 참여했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정주민 기자

조직위와 경찰은 이날 오전 축제 장소를 놓고 한때 마찰을 빚었으나, 지난해 같은 큰 충돌은 없었다. 

조직위는 이날 오전 반월당 네거리 입구에 무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이 '버스 운행 안전 거리'를 이유로 장소 이동을 요구해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곧 경찰 요구를 수용해 축제는 그대로 열렸다.   

퀴어축제 장소도 하루 전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당초 조직위는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인근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축제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대구시와 주변 상인회가 반발해 대구경찰청은 왕복 2차선 도로 중 1개 차선에서만 행사를 진행하라고 집회 제한 통고를 했다. 조직위는 "안전상 이유로 축제에 차질이 생긴다"며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해 1개 차선에서만 축제를 열게 됐다. 

그러자 조직위는 지난 27일 반월당 네거리로 축제 장소를 변경했다. "사고 없는 축제를 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안전 공간이 필요하다"고 조직위가 판단한 결과다. 경찰도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같은 공권력끼리 충돌한 초유의 사태는 올해 재발하지 않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6월 제15회 대구퀴어축제를 막기 위해 대구시 공무원 수백명을 이끌고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 퀴어축제 현장을 찾았다. 이 곳에서 대구시청 공무원들과 대구경찰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를 막은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에 대해 대구지법은 올해 5월 벌금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교회 소속 신도 2,000여명이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들고 집회 중이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기독교총연합회 교회 소속 신도 2,000여명이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들고 집회 중이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생명, 가정, 사회를 지키는 행동하는 신앙...대구경북 퀴어 반대 국민대회 콘서트'가 열렸다.(2024.9.28.반월당역 현대백화점 건너편 도로)/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 퀴어 반대 국민대회 콘서트'가 열렸다.(2024.9.28.반월당역 현대백화점 건너편 도로)/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개신교 단체와 극우단체 인사들도 이날 '퀴어반대 집회'를 했으나 양측 간 큰 갈등은 없었다. 

(사)대구기독교총연합회 지역 교회 목회자들과 신도 2,000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대구퀴어축제 인근 반월당역 21번 출구 도로에서 '2024 대구경북 퀴어 반대 국민대회 콘서트'를 열었다.

'동성애는 최입니다', '하나님 창조 질서를 위하여', '동성애자들 영혼을 위해'를 주제로 목회자들과 개신교 청년단체 대표들이 기도회를 했다. 에스더기도운동 등 개신교단체 인사들이 동성애 반대 연설을 했다. 동성로상점가상인회와 CTS대구방송, 대구극동방송, 대구CBS, 대구기독의사회 등이 집회를 후원했다.  

한국교회교총연합회와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120개 개신교단체는 오는 10월 27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과 서울시청 일대에서 '악법(동성애와 차별금지법)저지를 위한 2백만 연합예배'를 연다.     

"탈춣파세요! 동성애로부터..." 티셔츠를 입은 개신교 신도(2024.9.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탈출하세요! 동성애로부터..." 티셔츠를 입은 개신교 신도(2024.9.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가 대구퀴어축제 현장에서 고성을 지르다 경찰관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가 대구퀴어축제 현장에서 고성을 지르다 경찰관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다.(2024.9.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극우 유튜버로 활동한 영상 플랫폼 '벨라도' 대표 안정권(42)씨와 대구행동하는우파시민연합 등 일부 극우단체 인사들은 한때 대구퀴어축제 현장에 나타나 축제를 방해했다. 

안씨 등은 "퀴어가 뭐냐. 동성애를 왜 하냐", "동성애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퀴어축제 참가자들에게 욕설을 하고 고성을 질렀다. 곧 경찰관들에게 제지당해 축제 현장에서 끌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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