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보궐 겹치는 '수성갑' 민심은?' "윤석열 맘에 안들어" vs "그래도 민주당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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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민심르포①-수성구갑]
여야 지지자들 윤석열 정부 '민심' 부정적
"강압적, 맘에 안 든다" 평가 많아
하지만, "야당 지지도 안해" 의견도

대구 '수성구갑' 선거구는 대구의 '강남' 혹은 '정치 1번지'로 불린다.

지역에서 소위 '잘 산다'는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졌고, 거물급 정치인들이 선거를 치른 곳이기 때문이다.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신한민주당' 신도환(수성구·남구) 후보가 당선된 뒤 31년 만인 지난 2016년 김부겸 후보가 '민주당' 간판을 달고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수성구갑' 선거구는 현재 국민의힘 주호영(63) 의원의 지역구다. 주 의원은 대구 '수성구을'에서 4선을 내리 했고,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주 의원을 이 곳으로 옮겨 당시 현역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맞붙게 했다. 대결에서 승리한 주 의원은 5선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이번 총선에서 6선에 도전한다.

이 지역구에 속한 행정동은 범어동과 고산동, 만촌동, 황금동 등이다. 옆 선거구인 수성구을은 개발된 지 오래된 곳으로 수성구갑보다 비교적 더 보수적인 반면, 수성구갑은 유권자들의 연령대가 더 젊고, 전문직 '화이트칼라' 종사자가 많은 게 특징이다.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결혼, 출산, 양육 1억+1억 드림 패키지' 민주당 수성구갑 지역위원회 총선 현수막(2024.3.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결혼, 출산, 양육 1억+1억 드림 패키지' 민주당 수성구갑 지역위원회 총선 현수막(2024.3.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못참겠다. 발목잡힌 민생입법. 국민의힘은 일하고 싶습니다" 신매광장 일대에 걸린 국민의힘 선거 현수막(2024.3.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못참겠다. 발목잡힌 민생입법. 국민의힘은 일하고 싶습니다" 신매광장 일대에 걸린 국민의힘 선거 현수막(2024.3.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번 총선에서 주 의원에 맞서는 이들은 3명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민구(59) 대구시당위원장과 녹색정의당 김성년(46) 전 수성구의원, 무소속 김기현(55) 삼정회사 대표가 초선 금배지에 도전한다. 4년 전 총선에서는 주 후보가 59.81%의 득표율을 얻어 민주당 김부겸(39.29%) 후보를 20% 이상 큰 차이로 눌렀다.

제22대 국회의원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오후 수성구 신매광장과 고산역과 매호천변, 신매역 등 고산 1~3동 일대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민심을 들어봤다.

'수성구갑' 선거구...민주당 강민구, 국민의힘 주호영, 녹색정의당 김성년, 무소속 김기현 후보 / 사진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명부
'수성구갑' 선거구...민주당 강민구, 국민의힘 주호영, 녹색정의당 김성년, 무소속 김기현 후보 / 사진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명부

'윤석열 정부' 민심 부정적 "강압적 마음에 안들어...하지만 야당 더 싫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대체로 주호영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주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안정적이다" 등의 평가가 나왔다. 반대로 "잘한 건 없다"면서도 "야당이 더 싫다"는 의견도 많았다. 주 후보가 좋아서라기보다, 민주당이 싫기 때문에 표를 던진다는 뜻이다. 

특이할 점은 국민의힘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았다. 노변청구아파트에서 만난 정모(70.고산2동)씨는 "윤석열 정부가 강압적으로 나가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진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민주당은 못 찍는다"고 답했다. 아이프라임시지아파트 앞에서 만난 김모(57)씨는 "김부겸도 엄청 지지했고, 김성년도 수성구의원할 때 찍었지만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며 "정치는 누가 해도 다 비슷하더라. 그냥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시민들이 신매광장을 걸어가고 있다. (2024.3.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주호영 수성구에서 20년간 활동해, 다른 후보들과 체급 차...김문수는 뜬금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도와는 별도로 민주당이나 녹색정의당 등 야당 후보에게는 표를 줄 수 없다는 속내다. 인터뷰 내내 비슷한 의견을 가진 시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성별과 연령에 상관 없이 정부에 대한 민심은 좋지 않았다. 

매호천변을 산책하고 있던 신재호(62.고산2동)씨도 "국힘을 싫어해도 다른 야당들이 더 싫다"며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같은 상황이 아니면 대구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신매광장에서 만난 이모(25.만촌2동)씨는 "주호영 의원이 수성구에서 20여년간 계속 활동해 왔고, 강민구와 체급 차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김부겸이 당선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온 김문수는 너무 뜬금없었다"며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마인드는 너무 괘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매광장 인근 마트 앞에서 만난 김모(36.고산1동)씨는 "대구 바닥이라 주호영이 당선될 거다. 나도 국힘 지지한다"며 "요즘 당을 떠나서 정책을 보고 뽑았으면 하는 마음인데 잘 안 된다"고 밝혔다. 함께 있던 친구 김모(36.고산1동)씨는 "주호영 지지하지만 수성구가 변한 건 없는 것 같다"며 "지지한 만큼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트 주인인 윤모(42.고산1동)씨도 "주호영이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당이니 의견도 잘 낼 수 있을 것 같아 국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신매광장 일대에 걸린 녹색정의당 선거 현수막 "위성정당 거부한 진짜 진보, 녹색정의당"(2024.3.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신매광장 일대에 걸린 녹색정의당 선거 현수막 "위성정당 거부한 진짜 진보, 녹색정의당"(2024.3.2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민주당이 견제해야, 녹색정의당 환경정책 좋아...하지만 보수세 강해서 어려울 것"


주 후보에 대한 지지와는 무관하게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은 계속됐다. 그 탓에 민주당이나 녹색정의당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목소리도 꽤 있었다. 노변청구아파트 앞에서 만난 윤태근(70.고산2동)씨는 "윤석열 정부 정책들이 다 좋지만은 않다"면서 "야당에 투표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협동조합 직원 박모(60)씨도 "녹색정의당이 환경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하지만 "보수세가 강해서 이번에도 주호영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신매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윤효경(21.범어4동)씨는 "대통령 임기 중에 치러지는 총선은 정권에 대한 평가라는 말이 있는데, 솔직히 현 정권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국힘을 지지했는데, 이번에는 아닐 것 같다"고 했다. 신매광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임모(51)씨도 "역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면 국힘(국민의힘)을 좋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도 안 좋다. 정의당은 기회 많았는데 헛발질 많이 하지 않았냐"며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성구라' 선거구 보궐선거...(왼쪽부터) 민주당 전학익, 무소속 배광호, 김삼조, 김태은, 정주봉 후보 / 사진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명부
'수성구라' 선거구 보궐선거...(왼쪽부터) 민주당 전학익, 무소속 배광호, 김삼조, 김태은, 정주봉 후보 / 사진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명부

재보선 '수성라' 민심은...대부분 "관심 없다", 귀책사유자 배광호 출마에는 "과욕" 쓴소리 


총선과 함께 수성구갑 지역구에서는 '수성구라'(고산1~3동) 수성구의원 재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수성구라'는 배광호(50) 전 수성구의원이 지난해 수성구에서 경북 경산시로 주소지를 이전했다가 다시 수성구로 돌아와 의원직을 상실한 선거구다. 배 전 의원은 이 문제로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국민의힘은 귀책을 인정해 이번 선거에 무공천했다. 하지만 배광호 전 의원은 본인 귀책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다시 출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성구라' 선거구는 배 전 의원을 포함해 전학익(55)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과 무소속 김삼조(56) 전 수성구의원, 김태은(70) 법무사, 정주봉(67) 가나MT 대표 등 5명이 나섰다.

그러나 재보궐선거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유권자들이 대부분이다. 관심도 자체가 적다. 수성구라 유권자들은 재보궐선거에 대해 대체로 "관심 없다",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배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서는 "과욕", "비상식적", "안 나오는 게 맞다"는 등 쓴소리를 했다.

신가은(21.고산2동)씨는 "자신 때문에 치러지는 재보선인데 또 출마한다는 것은 도의적으로 말이 안된다. 욕심이 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지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권모(55.고산3동)씨도 "오점이 있는데 다시 나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매호동서타운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3.고산3동)씨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괜찮다"면서 "후보들이 낸 공약들을 보고 주민들을 위해 일해줄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밝혔다.

여야를 떠나 후보들이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매광장에서 만난 이모(30.만촌1동)씨는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게 중요하다"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무엇을 추구하는지가 중요하지 않냐. 경제가 너무 안 좋은데, 미래를 고민하는 정당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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